[알쓸신몸] 들어는 봤나, '엉덩이 기억상실증'!
LOVBOD  ·  03.19.2021

  기억상실증, 그 시절 드라마 필수템


“덩서야,,, 한덩서,,,”
“타당은!!! 도다오는 거야!!!”


‘기억상실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드라마 천국의 계단(옛날 사람 아닙니다)에서 권상우가 내뱉는 대사다. 뒤이어 각종 신파로 가득한 드라마들이 머리를 스친다. 미디어에서 기억을 잃는 일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에는 언젠가 내게도 저렇게 기억을 잃는 일이 생기려나 하는 상상을 자주 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 꽤나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로 나도 기억을 잃고 있었다는 것. 물론 송주 오빠(천국의 계단, 권상우 역)와 정서(천국의 계단, 최지우 역)의 스토리는 아니다. 뇌에는 이상이 없기 때문. 대신 내 엉덩이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이름하여 ‘엉덩이 기억상실증’이다. 명칭이 조금 웃길 수 있으나 웃을 일은 아니다. 장담컨대 현대인들의 엉덩이는 전부 기억상실증에 걸린 지 오래일 테다. 단지 우리가 인식하거나 크게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

육안으로도 엉덩이 처짐이 확연하게 보인다거나 엎드린 상태에서 다리를 뒤로 들어올렸을 때 엉덩이가 딱딱하지 않고 말랑하다면 축하한다. 엉덩이 기억상실증에 당첨되셨다. 물론 나도 당첨이다.




  앉아서 생활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엉덩이 기억상실증(Gluteal Amnesia/Dead Butt Syndrome)은 체코의 Vladimir Janda라는 재활 의학박사가 허리 통증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증상에서부터 시작됐다. 튼튼하고 큰 근육인 엉덩이가 감당해야 할 무게를 상대적으로 약한 허리가 대신 감당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문제로, 오랜 시간 앉아 생활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다리를 움직이지 않게 되니 엉덩이 둔근과 허벅지 뒷근육이 약해져 해당 근육에 힘주는 법을 잊게 되는 것. 대둔근-햄스트링 조절 장애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2018년 보건복지부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민의 58.3%가 하루 평균 8.3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한다. 또 그중 12시간 이상 앉아있는 사람은 무려 20.6%로 주중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인 것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가볍게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우리는 제대로 체력을 보충할 새도 없이 공부하고 일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이렇게 책상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리의 엉덩이 근육은 점차 퇴화하고 있다. 엉덩이 근육을 써야 할 때 정작 엉덩이 근육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잊어 나 몰라라 하고, 우리는 해당 근육 대신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과 허리 뒷근육(척추기립근)만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근육을 잘못 사용하게 되면 다리 부종이나 골반 틀어짐, 짝다리, 심지어는 허리 디스크 질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잃어버린 엉덩이의 기억을 찾아서

세상에, 엉덩이가 뭐길래 기억까지 잃는 걸까. 아니 잃을 거라면 기억 말고 살이나 잃어주지 싶지만 사실 엉덩이는 엄청난 아이다. 성별을 떠나 한껏 올라간, 탄력 있는 엉덩이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이지만 엉덩이를 단지 매력적인 신체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엉덩이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근육으로 곧 몸의 중앙 제어 센터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중앙 제어 센터가 매일을 짓눌려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으니 몸이 건강할 리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엉덩이 근육이 자신의 존재와 쓰임을 잃지 않도록 자극을 줘야 한다. 헬스장에 갈 시간이 없다고? 걱정 마시라.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게 잠자는, 어쩌면 우리가 의도치 않게 오랜 시간 기절시킨 엉덩이 근육을 깨울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바로 ‘엉덩이 걷기’와 ‘스쿼트’다. 둘 다 맨몸 운동이기 때문에 별다른 기구나 운동복 없이 일상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대신 효과는 꽤나 좋으니 얕잡아보지 말 것. 스쿼트는 다들 알 테니 차치하고,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엉덩이 걷기에 대해 설명해보겠다.




‘엉덩이 걷기(문희준 엉덩이 춤 아닙니다)’는 엉덩이로 계단을 오르는 운동법으로, 줄여서 ‘엉계’라고도 부른다. 출퇴근 길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수직, 발뒤꿈치, 엉덩이’만 생각하며 계단을 오르면 된다.



* 엉덩이 걷기 하는 법

첫 번째, 계단이 힘들다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지 말고 허리를 꼿꼿하게 편다.
두 번째, 발뒤꿈치에 힘을 주고 위로 밀듯이 계단을 오른다.
세 번째, 반대 발도 마찬가지로 뒤꿈치에 힘을 주고 몸을 밀어올리며 다음 계단을 오른다.

엉덩이 근육을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 엉덩이와 허벅지가 접히는 부분에 살포시 손을 대보는 것도 방법이다.







  근육은 돌아오는 거야

이렇게 잃어버린 엉덩이 근육에게 그 존재를 일깨워주기 위해 노력한 지 몇 주가 되었다. 별다른 운동 없이 출퇴근할 때나 점심시간, 혹은 집에 갈 때 계단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제법 힘이 붙은 것 같다. 물론 당연히 엉짱(엉덩이 짱)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엉짱이 되기 위해서만 엉덩이로 걷고 스쿼트를 하는 건 아니다.

8시간 이상을 앉아서 생활하는 내게서 엉덩이가 자취를 감추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기에 그 외의 시간들에는 최대한 엉덩이를 괴롭혀주고 싶다. 너 아직 여기 있다고, 사라지지 말라고 자꾸만 쿡쿡 찔러주고 싶다. 납작해지기 직전인 엉덩이에게 하는 마지막 인공호흡인 셈. 이건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렸달까.

오늘도 점심시간에 계단을 올랐더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따 집에 도착해서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를 생각에 마냥 설레기만 하던 퇴근이 조금 아찔해지기는 했지만 부메랑과 함께 사랑이 돌아오듯 집 나간 엉덩이 근육도 후들거리는 다리와 함께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바란다. 주인이 아주 애타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으니.

“엉덩이는!!! 돌아오는 거야!!!”










출처 및 참고자료

What do you mean my but is DEAD?! / Dr. Jesse Sally / Regenexx Pittsburgh / 2019.12.16
What is ‘Gluteal Amnesia’? / ahorschig / Squat University / 2019.11.13
오래 앉아있는 당신, 혹시 ‘엉덩이 기억상실증’? / 김진구/ 헬스조선 / 2018. 09.21
의자와 한 몸으로 산다면? ‘엉덩이 기억상실증’ 주의하세요 / 정심교 / 중앙일보 / 2020.08.18
[필라테스로 만드는 아름다운 몸] ⑩ 엉덩이 기억상실증 / 장성현 / 매일신문 / 2017.11.21
[한의사 박호연의 산행 처방] ‘엉덩이 기억상실증’ 들어보셨나요? / 박호연 피트니스 한의원 원장 / 월간산 /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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